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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이 아시아권 최초로 대마초 사용을 합법화한 지 10개월 차에 접어들었지만 관련 법안 개정이 이뤄지지 않아 사회 곳곳에서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5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대마법’이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여전히 고삐 풀린 대마가 민생 깊숙이 파고드는 모양새다.
로이터통신은 6일(현지 시간) 현지 취재 결과 입법 공백기를 틈타 태국에 값싼 외국산 대마가 급격히 유입돼 부작용 사고는 물론 국내 관련 업계의 경제적 피해도 심각하다고 보도했다.
2018년 의료용 대마를 합법화한 태국은 지난해 6월 국내에서 생산된 대마를 마약류에서 제외했다. 의료용 외 기타 목적의 판매와 재배도 합법화됐다. 2019년 총선에서 ‘가정용 대마 재배 합법화’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던 품짜이타이당이 승리한 데 따른 조치다. 하지만 정부는 합법화에 맞춘 구체적인 사용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지 않은 채 서둘러 빗장을 풀었다. 합법화 1주일 뒤 미성년자·임산부에 대한 대마 판매 금지 등 일부 규제 조치를 산발적으로 내놓았지만 근본적인 법안 개정은 미뤄졌다.
이후 대마 성분을 포함한 과자와 요리, 음료 등이 줄줄이 출시되고 관광지를 중심으로 수 천개 이상의 대마 상점이 생겨났다. 현재 태국 정부에 대마 재배 사실을 신고한 사람만 110만 명에 달하며 미등록 사례를 포함할 경우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합법화 후 ‘무허가 밀수품’ 급등…대마 호황기에 소외된 국내 농가
문제는 폭발한 대마 수요를 국내 공급이 따라가지 못한 결과 값싼 외국산 대마초가 대거 밀반입됐다는 점이다. 외국산 대마 거래는 여전히 법적으로 금지됐지만 현실은 다르다. 로이터는 현지 업계 종사자를 인용해 “지금 태국에서 판매되는 대마초의 최소 절반은 불법 수입된 외국산”이라며 “(합법화) 초기에 1kg당 35만~40만 바트(약 1350~1550만원) 수준이었던 대마 가격이 다음 수확철인 4월에는 20만 바트(약 770만원)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대마를 손쉽고 저렴하게 살 수 있게 되자 태국 전역에서 향락용 소비가 급증했다. 과다 흡입으로 인한 사망 등 관련 사건 사고가 잇따르고 미성년자의 대마 소비도 대폭 늘었다. 지난달에는 대마 성분이 든 밀수품 쿠키를 먹은 아동들이 집단으로 입원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국내 대마 생산 활성화로 관광·농업 분야 수익 확대를 꾀했던 당초 목표도 무색해졌다. 대마 합법화를 주도한 아누틴 찬위라꾼 부총리 겸 보건장관은 당초 지역 농가에 ‘현금 작물(cash crop)’을 기를 기회라고 선전하며 “합법적인 대마초 생산이 경제를 부양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사실상 미국 등 외국산 대마 판매업체가 이득을 보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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