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1월22일)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설 연휴는 대체공휴일을 포함해 21일부터 24일까지 나흘 동안 이어진다. 고향 집을 찾아 민족 대명절을 보내려는 사람들은 설렘과 기쁨을 안고 있다.
하지만 주부들에게 명절 연휴는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많은 음식을 한꺼번에 장만해야 해서다. 많게는 20가지 이상 음식을 차례상에 올려야 해 명절 후유증을 호소한다.
과거의 차례상은 실리와 검소함을 미덕으로 여겼다. 하지만 요즘은 차례상을 제사상처럼 올리는 게 미덕이 됐다. 명절을 앞두고 전통과 현재 차례 문화의 차이점을 짚어본다.

경북 안동 퇴계 이황 종가 설 차례상. 한국국학진흥원 제공
◆“차례·제사상 엄연히 달라”
21일 한국국학진흥원에 따르면 ‘차례(茶禮)’는 설과 추석 명절이 돌아왔음을 조상에게 알리는 의식이다. ‘차(茶)’를 올렸던 습속에서 유래된 말이다. 제사는 고인의 기일에 조상의 영혼을 모셔 와서 음식을 대접하는 의례이다. 다시 말해 차례와 제사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명절 차례상에는 차가 중심이 되고, 기일 제사상에는 각양각색의 음식을 올린다.
법 지침서인 주자가례에는 “차례상에는 술 한잔과 차 한잔, 과일 한 쟁반을 차리고 술도 한 번만 올리고 축문도 읽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전통 격식을 지키는 종가는 술과 떡국, 전 한 접시, 과일 한 쟁반 등 주자가례의 원칙을 크게 벗어나지 않은 명절 차례상을 마련하고 있다. 김미영 수석연구위원은 “원래 간결했던 차례 음식이 경제적 여유가 생겨나고 유통구조가 발달하면서 점차 가짓수가 늘어났다”면서 “그러다 보니 우리 사회에서 차례상은 사라지고 제사상만 남게 됐다”고 설명했다.
◆“넘침은 모자람보다 못해”
김 수석연구위원은 “많고 크다고 해서 좋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전통 예법에서는 모자라는 것보다 넘쳐나는 것을 경계했다”고 말했다.
과거 조상들은 차례상에 술과 과일 등 간단한 음식을 차리지 않고, 제사음식을 잔뜩 올려놓으면 ‘참람(僭濫·지나치거나 넘치는 것)’이라고 해서 ‘비례(非禮·예가 아닌 것)’로 간주했다. 하지만 세세한 예법이나 격식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현재 일반 가정에서는 차례라는 형식만 따를 뿐, 조상을 잘 대접하고 모신다는 생각에 여러 가지 음식을 마련하게 됐다는 게 김 수석연구원의 설명이다.
김 수석연구위원은 “차례상의 본래 모습을 되살린다면 예법도 지키고 차례 음식 장만을 둘러싼 가족 갈등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http://v.daum.net/v/20230121090147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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